요즘 서울·수도권 기존 아파트 매매시장의 특징은 관망세가 두드러진다는 것이다. 한국부동산정보협회 조사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값은 연초 이후 2월 중순까지 0.22% 오르는 데 그쳤고 수도권은 같은 기간에 0.14% 하락했다. 3월 이후에도 이런 현상은 계속될 것 같다는 게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서울의 경우 지역별로 소폭의 등락을 거듭할 것이고, 수도권은 조금 빠지는 장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것이다.
이런 예상의 가장 큰 근거는 기존 아파트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9월부터 서울·수도권 전역으로 확대 실시된 총부채상환비율(DTI)이란 대출 규제가 주택수요자들의 돈줄을 계속 죄고 있다.
국민은행 박합수 부동산팀장은 “대출 규제로 수요자들의 주택 구입 여력이 많이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5억원짜리 아파트를 구입할 때 예전에는 자기자금 2억원에 3억원 정도를 대출로 보태는 경우가 많았으나 대출규제 확대 이후에는 2억원 미만밖에 대출받지 못하는 경우가 늘었다.
지방선거ㆍ토지보상금이 변수
금리도 부담요인이다. 지난해 말 현재 금융권의 부동산담보대출 규모는 351조원에 달한다. 금리가 연 1%포인트만 올라도 대출을 받은 사람들의 이자는 3조5000억원 늘어나는 셈이다. 2008년 가을의 금융 위기에도 2009년 상반기에 기존 주택시장이 보합세 또는 소폭 강세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저금리 기조의 영향이 크다.
늘어난 유동자금이 금융위기로 단기간에 하락폭이 컸던 기존 주택시장에 유입됐던 것이다. 그러나 앞으로는 금리가 오를 가능성이 크다. 정부가 출구전략(경기침체기에 실시했던 부양책들을 거둬들이는 전략) 구사 시점을 조율중인데 이 전략의 핵심이 금리인상이기 때문이다.
경기 상황 역시 녹록지 않다. 기존 집값이 오르려면 경기가 확 풀려 주택수요자들의 주머니사정이 넉넉해져야 한다. 그러나 가계의 실질소득은 제자리걸음이다. 한국은행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현재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70%에 육박한다.
이 비율은 매년 9월 말 기준으로 비교했을 때 사상 최대 규모다. 소득은 조금 늘어났는데 빚 부담은 왕창 증가했다는 의미다. 더블딥(경기침체 후 잠시 회복세를 나타내다 다시 침체에 빠지는 현상) 우려도 많다.
공급 측면을 봐도 기존 주택시장에 유리한 게 별로 없다. 국토해양부 조사에 따르면 경기도에서 올해 11만7063가구가 집들이를 해 지난해보다 5.8% 늘어난다.
여유를 갖고 시장 상황변화 주목해야
인천의 경우 올 입주물량이 1만9782가구로 지난해(1만9166가구)에 비해 37.1%나 급증한다. 가뜩이나 매매시장이 거래 동맥경화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새 아파트 입주물량이 쏟아지면 기존 아파트 거래는 더 위축될 수밖에 없다.
새 아파트에 입주하기 위해 기존 아파트를 파는 경우가 늘어나게 마련인데 집이 잘 안 팔리면 시세보다 낮춰서라도 처분하려는 경우가 많아지기 때문이다. 올해 2월11일까지 한시적으로 적용된 양도소득세 감면 혜택을 받기 위해 건설사들이 연초에 밀어내기식으로 분양물량을 쏟아낸 것도 악재다. 미분양이 기존 주택시장의 수요를 줄일 수 있다.
올해로 끝나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완화조치도 시장에 부담 요인이다. 연내 주택을 처분하면 양도세를 중과하지 않고 일반세율대로 세금을 내기 때문에 일부 다주택자들이 보유한 물량을 처분할 가능성이 크다. 서울 강동구 고덕동 정병기 공인중개사는 “집 처분시기를 저울질하는 다주택자들이 적지 않다”고 전했다.
그러나 집값이 오를 요인도 적지 않다. 우선 올 6월의 지방선거가 변수다. 선거를 앞두고 각 지자체에서 지역 개발 호재를 부각시킬 수 있다. 기업은행 김일수 부동산팀장은 “기피시설 인근의 경우 개발 공약으로 큰 수혜를 입을 수 있기 때문이 눈여겨 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4대강사업과 보금자리주택사업 등으로 풀리는 30조원 이상의 토지보상금이 기존 주택시장으로 재유입될 가능성도 있다. 투모컨설팅 강공석 사장은 “요즘 주택시장에서는 집을 사려는 사람이 ‘갑’”이라면서 “여유를 갖고 시장 상황 변화 등을 봐가며 매매시점을 탐색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
올 들어 경매 시장이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일부 지역 지방 법원에서는 사상 최대 인원이 몰려들고 낙찰가도 감정가를 넘는 등 과열양상까지 보이고 있다.
지난 11일부로 분양 아파트에 대한 양도세 감면 혜택이 끝나면서 경매의 인기는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기존 주택에 대한 관심이 살아나면서 투자의 방향이 저렴하게 주택을 구매할 수 있는 경매로 이동할 가능성이 커서다.
전문가들은 경매시장에서 3억원 미만의 주택의 인기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도심권에 위치한 저렴한 연립·다세대 주택의 인기가 상승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추세는 이미 올 초부터 시작됐다. 지난 1월 다세대 연립 낙찰 건수 가운데 36%가 감정가를 웃돌았다. 이는 전달보다 7%포인트 증가한 것이다.
$1 강은 팀장은 “전세난이 확산되면서 전세가격인 2억원 미만으로 경매를 통해 내 집 마련을 하려는 사람들이 계속 늘어나고 있어서 연립 다세대 인기는 더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연립 다세대 주택은 특히 아파트와 달리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도 받지 않는다. 전세 임대를 염두에 두고 있는 투자자들도 관심을 가지면서 몰려들 가능성도 있다.
유앤알컨설팅 박상언 대표는 “경기가 불확실할 때는 경매에 투자자들이 몰리는 경향이 강하다”며 “투자자들의 관심이 몰리면서 낙찰률과 낙찰가율이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박 대표는 다만 “연립·다세대 주택은 환금성이 아파트보다 떨어지고 가격 상승 폭도 크지 않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며 “분위기에 휩쓸려 무리하게 높은 가격을 쓸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
|
<저작권자(c)중앙일보조인스랜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